AI 시대, 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은 다시 뒤처지고 있는가
AI는 이제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글을 쓰고, 정보를 찾고, 병원과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고, 공부와 취업을 준비하고, 복지제도를 확인하는 과정에 AI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AI는 삶을 편하게 해주는 도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바뀌고 있다
예전의 디지털 격차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스마트폰, 키오스크, 모바일 인증, 온라인 예매가 장벽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장벽이 AI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는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일반 국민 대비 77.9%로 나타났습니다. 계층별로는 고령층 71.8%, 장애인 84.1%, 저소득층 97.0% 수준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디지털 접근성은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시대의 핵심은 단순 접속이 아닙니다. 질문할 수 있는가, 답을 이해할 수 있는가, 잘못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가, 실제 생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고령층에게 AI는 ‘편리함’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는 기기를 갖고 있느냐보다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앱 설치가 어렵고, 본인인증에서 막히고, 키오스크 앞에서 긴장하며, 병원 예약이나 복지서비스 신청을 자녀에게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가 더 많은 공공서비스와 생활서비스에 들어오면 이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복지서비스를 안내해도,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면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AI가 건강정보를 설명해도, 답변의 정확성을 판단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령층 AI 교육은 단순히 “챗GPT 사용법”을 알려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병원 예약, 복지서비스 찾기, 보이스피싱 예방, 키오스크 사용, 교통·금융·행정서비스 이용처럼 생활문제 해결형 교육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의 AI 접근권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권리 문제다
AI는 장애인에게 큰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이미지 설명과 음성 안내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실시간 자막과 음성 문자 변환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려운 행정 문서를 쉬운 말로 풀어주는 AI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접근성이 설계되지 않은 AI는 오히려 새로운 배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화면낭독기와 호환되지 않는 서비스, 복잡한 로그인과 인증 절차, 쉬운 언어가 없는 안내문, 음성 중심으로만 설계된 서비스, 보조기기와 연동되지 않는 플랫폼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됩니다.
장애인의 AI 접근권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기본 설계의 문제입니다. AI 서비스가 처음부터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으면, 기술은 포용이 아니라 배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AI 격차는 ‘접속’보다 ‘성능과 교육’의 문제다
저소득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통계상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격차는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 여부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고성능 AI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가, 유료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과제·취업·행정서류·창작·업무에 AI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학생은 AI로 보고서를 정리하고,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직장인은 기획서와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이때 AI 활용 역량이 부족하면 단순히 기술을 못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회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AI 격차는 앞으로 교육격차, 취업격차, 행정정보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AI 접근은 디지털 복지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AI는 복지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AI가 공공서비스에 잘 적용되면 복지 접근성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를 쉽게 찾고, 복잡한 행정 문서를 쉬운 말로 이해하고, 필요한 기관과 서비스를 빠르게 연결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서비스가 AI와 온라인 중심으로만 이동하면, 디지털 취약계층은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원과 직접 통화하기 어렵고, 방문 상담 창구가 줄어들고, 온라인 신청만 가능해지면 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은 다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좋은 AI 복지는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AI디지털배움터 확대가 중요한 이유
정부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AI·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 69곳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AI디지털배움터는 키오스크, 앱 체험, AI 실습 콘텐츠, 맞춤형 교육, 장애인 방문교육 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AI 시대의 디지털 교육이 단순한 컴퓨터 수업이 아니라 생활권 복지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배움터가 실제로 고령층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는지, 장애 유형별 교육이 가능한지, 저소득층 청소년과 청년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가 열려 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AI 교육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반복 학습, 실습, 생활 적용, 사후 상담까지 이어져야 효과가 있습니다.
복지관·도서관·경로당은 AI 시대의 새 교육 거점이 될 수 있다
AI 교육을 학교와 기업에만 맡기면 격차는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고령층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서, 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과 자립생활센터에서,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은 지역아동센터와 도서관에서 AI를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 장소가 생활권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멀리 있는 전문 교육기관보다 동네 복지관, 도서관, 행정복지센터에서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앞으로 사회복지사는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AI와 디지털 서비스를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중간지원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화기획자에게도 AI 접근 격차는 중요한 문제다
문화기획 현장에서도 AI는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 보도자료 초안, 홍보 이미지 기획, 공연 소개문, 관객 데이터 분석, 설문 정리, 영상 자막 제작까지 AI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의 작은 문화단체, 고령 예술인, 장애예술인, 청년 창작자가 같은 수준으로 AI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AI 활용 역량이 있는 단체는 더 빠르게 공모사업에 대응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체는 행정서류와 홍보에서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문화정책에서도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정책 방향
AI 시대의 디지털 복지는 기기를 나눠주는 정책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첫째, 고령층에게는 생활문제 해결형 AI 교육이 필요합니다. 병원, 복지, 금융, 교통, 보이스피싱 예방처럼 실제 삶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둘째, 장애인에게는 장애 유형별 접근성 기준이 필요합니다. AI 서비스는 음성, 자막, 쉬운 언어, 보조기기 호환을 기본값으로 가져야 합니다.
셋째, 저소득층에게는 공공 AI 이용 환경과 교육 지원이 필요합니다. 도서관과 학교, 복지기관에서 고성능 AI를 안전하게 체험하고 활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넷째, 사회복지사와 문화기획자를 위한 AI 실무교육도 필요합니다. 이용자와 시민을 돕는 사람이 먼저 기술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공공 AI 서비스는 쉬운 언어와 오프라인 대안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AI가 있어도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는 창구는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마무리: AI는 새로운 사다리일 수도, 새로운 장벽일 수도 있다
AI는 분명 많은 가능성을 가진 기술입니다.
고령층에게는 생활의 불편을 줄이고,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을 높이며, 저소득층에게는 교육과 취업 기회를 넓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술이라도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구에게는 배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차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 시대의 복지는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을 더 빠르게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기술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의 디지털 복지, 교육복지, 문화복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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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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